최근 폐열보일러(Waste Heat Recovery Boiler, WHRB)는 단순히 고온 배가스에서 가능한 한 많은 열을 회수해 증기를 생산하는 설비를 넘어, 열원의 특성에 맞춰 효율·신뢰성·운전유연성·부식·오염·수명을 함께 최적화하는 공정설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철강·비철제련·시멘트·유리·정유/석유화학·가스화·소각 등 적용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같은 ‘폐열보일러’라는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실제 설계철학은 크게 달라집니다.
1. 설계 패러다임의 변화 — Maximum Heat Recovery에서 Optimum Heat Recovery로
과거의 기본 개념은 ‘고온 배가스 → 전열면 → 증기 생산 → 굴뚝’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공정 전체를 하나의 열·유동 시스템으로 보는 접근이 중요합니다.
공정 → 배가스 특성 분석 → 복사/대류 열회수 → 증발·과열 → 공정증기 또는 발전 → 환경설비 → Stack
가장 중요한 변화는 ‘열교환기를 먼저 설계하고 가스를 넣는 것’이 아니라, 가스의 온도·유량·조성·분진·부식성·운전변동에서 보일러 설계를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이론적으로 전열면적을 늘리고 출구가스 온도를 낮추면 회수열량은 증가합니다. 그러나 실제 산업가스에서는 Dust에 의한 Fouling/Erosion, Cl·Na·K에 의한 고온부식, SO₃/H₂SO₄에 의한 저온 산부식, SiO₂ fume의 침적, Zn·Pb 등 휘발성 금속성분에 의한 Deposit/Corrosion 등이 열회수의 한계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계의 질문도 ‘얼마나 더 회수할 것인가?’에서 ‘장기간 전열면을 건전하게 유지하면서 실제 운전기간 동안 얼마나 안정적으로 회수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습니다.
2. 고온·고압화와 재료·수명관리 기술의 병행 발전
회수열을 발전에 이용할 경우 일반적으로 증기압력과 온도를 높이면 Rankine cycle의 효율 향상에 유리합니다. 다만 적용 가능한 증기조건은 열원의 온도와 안정성, 부식성, 전열면 금속온도, 재료비 및 운전목적에 의해 제한됩니다.
특히 폐기물·바이오매스처럼 Cl과 alkali 성분이 많은 가스에서는 증기온도 상승이 Superheater의 Tube Metal Temperature를 높이고, Deposit 하부의 고온부식과 장기 Creep 손상을 가속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의 방향은 단순한 고온·고압화가 아니라 ‘증기조건 최적화 + 내식재료 + Overlay/Cladding/Coating + Deposit Control + 수명 모니터링’을 함께 적용하는 것입니다. Inconel 625 계열 overlay, Ni-base alloy, 고Cr강, HVOF coating, laser cladding 등이 적용 조건에 따라 검토됩니다.
3. 적용 분야에 따라 달라지는 설계 철학
폐열보일러는 열원의 성격에 따라 사실상 서로 다른 설비로 보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적용 분야 열원 특성 주요 설계 관점
복합화력 HRSG 상대적으로 Clean gas 효율·Pinch/Approach·Fast Start·Cycling
제철 전기로 EAF 고온·Dust·변동부하 Fouling·Erosion·Transient
비철제련 SO₂·Dust·금속성분 가스냉각·부식·후단 황산공정
Silicon SAF CO·SiO/SiO₂ fume Fouling·ΔP·Cleaning·후연소
시멘트 대량 Dust Erosion·Fouling·공정변동
소각/WtE Cl·alkali·ash 고온부식·Deposit·Availability
Biomass K·Na·Cl·ash Slagging·Fouling·Corrosion
Gasification Syngas·Dust/char·고압 가능 가스냉각·누설·오염·안전
정유/화학 다양한 공정가스 Process integration·재질·Dew point
엔진 폐열 비교적 Clean gas 열회수·Backpressure·Compactness
폐열보일러는 동일한 WHB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열원의 특성에 따라 설계철학이 크게 달라진다. 복합화력 HRSG는 효율과 운전유연성이 중요하고, 폐기물 소각에서는 부식과 Deposit이, 금속실리콘 SAF에서는 CO 후연소와 SiO₂ Fume에 의한 Fouling이 핵심 설계문제가 된다. 이들 분야는 후속 글에서 각각 별도로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산업 전반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폐열보일러의 핵심 설계항목을 정리하였습니다.
4. 설계 시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항목
1) Heat & Mass Balance
Gas flow, temperature, composition, dust loading과 물성치를 Normal/Minimum/Maximum/Transient 조건별로 확정합니다. Q = m·Cp·ΔT는 출발점이며, 온도에 따른 Cp 변화, 수분 응축, 반응·후연소 등이 있으면 엔탈피 기준 열수지가 필요합니다.
2) Gas Chemistry
CO, O₂, SO₂/SO₃, HCl, Cl계 성분, Na/K, SiO/SiO₂, 금속증기 등 부식·침적·안전에 영향을 주는 성분을 파악합니다.
3) Dust Characterization
농도뿐 아니라 입도분포, 연화·용융특성, stickiness, hardness/abrasiveness, 화학조성을 확인합니다.
4) Gas Velocity
속도가 높아지면 대류 열전달이 증가할 수 있지만 Erosion과 Gas-side pressure drop도 증가합니다. 너무 낮으면 침적·유동불균일 문제가 커질 수 있어 공정별 적정 범위를 정해야 합니다.
5) Tube Pitch / Flow Passage
Dirty gas에서는 compact design이 항상 유리하지 않습니다. 충분한 flow passage와 cleaning accessibility를 확보해야 하며, Tube pitch와 casing area를 함께 보아 실제 gas velocity와 ΔP를 결정해야 합니다.
6) Cleaning System
Soot/steam/air blower, sonic cleaning, rapping, shot/ball cleaning, water cleaning 등은 분진의 부착특성과 전열면 배치에 맞춰 선정합니다. Dirty gas WHB에서는 Cleaning system 자체가 주요 설계요소입니다.
7) Material Selection
Steam-side pressure/temperature뿐 아니라 Gas-side corrosion environment, metal temperature, deposit chemistry와 장기 creep를 함께 고려하여 Carbon steel, Cr-Mo steel, Stainless/Ni-base alloy, Overlay/Cladding 등을 선정합니다.
8) Pinch / Approach 및 운전범위
특히 HRSG에서는 Pinch와 Approach가 전열면적·효율·경제성을 좌우합니다. 일반 WHB에서는 이에 더해 최소 허용 출구가스온도, dew point, 부분부하와 공정변동을 함께 봐야 합니다.
9) Gas-side Pressure Drop
WHB 전열면과 Fouling으로 발생하는 가스측 압력손실이 상류 Furnace/Process와 ID/Booster Fan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인지 확인합니다. Clean condition뿐 아니라 fouled condition의 ΔP margin이 중요합니다.
10) Thermal Stress / Cycling
기동·정지와 부하변동에 따른 thermal gradient, fatigue 및 creep-fatigue가 압력부품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합니다.
11) Performance Guarantee
Steam flow/pressure/temperature, gas outlet temperature, gas-side ΔP, auxiliary power, availability 등을 보증조건과 연결합니다. Dirty gas에서는 특히 어떤 gas/dust condition과 fouling 상태에서 보증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12) 경제성 및 LCC
추가 회수열이 증가시키는 CAPEX와 Cleaning, Fan power, 재료비, 교체주기, 정지손실을 함께 비교해 Life Cycle Cost 관점에서 최적점을 찾습니다.
5. Stack Temperature와 저온 폐열회수의 균형
‘배기가스 온도를 낮출수록 효율이 높다’는 말은 열수지 측면에서는 맞지만 실제 설계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Stack/WHB outlet temperature를 지나치게 낮추면 산성가스가 존재하는 공정에서 acid dew-point corrosion, 응축수 처리, 재질비 증가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저 출구가스온도는 연료·공정가스 조성과 dew point, 후단 환경설비의 요구온도, plume/stack 조건, 경제성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중·저온 폐열은 Economizer, Condensing Heat Exchanger, ORC, Heat Pump 등과 조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산업용 Heat Pump는 저온 폐열을 더 높은 온도의 공정열로 승온해 재사용하는 수단으로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6. 열회수율을 넘어선 Exergy와 Heat Cascading
같은 1 MW의 열이라도 온도수준에 따라 활용가치는 다릅니다. 고온 폐열을 저온 온수로만 회수하면 에너지는 회수하더라도 높은 온도수준이 가진 일을 할 수 있는 능력, 즉 Exergy를 크게 잃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온 폐열 → 고압증기/고온공정, 중온 폐열 → 중·저압증기/공정열, 저온 폐열 → 온수/Heat Pump와 같이 열의 품질에 맞춘 Cascading이 중요합니다.
7. 종합 — Clean Gas와 Dirty Gas, 서로 다른 발전 방향
최근 WHB 기술은 ‘최대 증기발생량’ 하나를 추구하기보다 High Efficiency, Flexibility, Reliability, Fouling/Corrosion/Erosion Control, Digital Monitoring, Life-cycle Optimization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 Clean Gas( HRSG)
Multi-pressure → Reheat → Once-through → Fast Start → Low-load/Cycling 대응 → Life monitoring
- Dirty Gas (산업용 폐열보일러)
열회수 → Fouling/Erosion/Corrosion 대응 → Material/Coating → Online/Offline Cleaning → Condition Monitoring → Availability/LCC 최적화
결국 폐열보일러 설계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열을 순간적으로 회수하는가’가 아니라, ‘실제 공정의 가스조건과 운전범위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얼마만큼의 유효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