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은 PET, PE, PP, PVC, PS 등 종류에 따라 물성과 용도가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폐플라스틱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방법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기술은 크게 보면 1)기계적 재활용, 2)화학적 재활용, 3)열분해·가스화에 의한 원료화·에너지화 등으로 구분하여 생각할 수 있습니다.
- 다만 실제 산업에서는 이 세 가지 기술의 경계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열분해는 넓은 의미에서 화학적 재활용 또는 원료화 기술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각 기술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도록 구분하여 설명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이 가장 좋은가?”가 아니라 “폐플라스틱의 상태에 어떤 기술이 가장 적합한가?”입니다.
1. 기계적 재활용
- 기계적 재활용은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입니다. 플라스틱의 화학적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폐플라스틱을 선별하고 깨끗하게 만든 후 다시 녹여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PET, PE, PP와 같이 비교적 깨끗하고 단일 재질로 회수되는 플라스틱에 적합하며 일반적인 공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폐플라스틱 → 선별 → 파쇄·분쇄 → 세척 → 건조 → 용융·압출 → 펠릿 → 재생제품
- 예를 들어 PET병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폐PET병 → 색상·재질 선별 → 압축·파쇄 → 세척 → PET 플레이크(Flake) → 용융·압출 → 재생 PET 펠릿(Pellet) → 병·섬유·시트 등의 제품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최근에는 NIR(근적외선) 분광기술 등을 이용하여 플라스틱의 종류를 자동으로 식별하고, 자동 선별설비를 이용하여 PET, PE, PP 등의 플라스틱을 분리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 기계적 재활용의 장점
-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 많아 기술 성숙도가 높다.
- 일반적으로 화학적 분해에 비해 공정이 단순하다.
-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적다.
- 하지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플라스틱은 반복적으로 가열·가공하는 과정에서 고분자 사슬이 일부 끊어지거나 열화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분자량과 물성이 저하되어 재생원료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이 섞여 있거나 음식물, 기름, 접착제 등의 이물질이 많이 묻어 있으면 고품질의 재생원료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기계적 재활용에서는 “얼마나 깨끗하게, 그리고 얼마나 동일한 재질로 분리해서 회수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2. 화학적 재활용
- 기계적 재활용이 플라스틱의 분자구조를 유지하면서 다시 가공하는 방법이라면,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의 분자구조를 화학적으로 분해하여 원료 또는 화학물질로 되돌리는 방법입니다. 특히 PET와 같이 화학적으로 다시 분해하여 원료물질을 회수할 수 있는 플라스틱에서 중요한 기술입니다.
- 일반적인 공정은 폐플라스틱 → 선별 → 파쇄 → 세척·건조 → 화학적 분해 → 정제 → 원료 회수 → 새로운 플라스틱 생산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 예를 들어 PET는 특정 화학물질과 반응시켜 고분자 구조를 분해하고, 원래 PET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단량체 또는 그에 가까운 원료물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기계적 재활용이 “빵을 잘게 부수어 다시 다른 빵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화학적 재활용은 “빵을 다시 밀가루와 같은 원료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에 가깝습니다.
- 원료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중합하여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정제된 경우 원래 플라스틱과 유사한 수준의 품질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기계적 재활용으로는 품질 확보가 어려운 색상이 들어간 폐PET, 여러 차례 사용되어 물성이 저하된 PET, 폐폴리에스터 섬유 등에도 적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 화학적 재활용의 장점
- 고분자 구조를 원료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
- 적절한 정제와 중합을 거치면 높은 품질의 재생원료 생산이 가능하다.
- 기계적 재활용이 어려운 일부 폐플라스틱에 새로운 재활용 경로를 제공할 수 있다.
- 폐플라스틱을 석유화학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자원순환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 화학적 재활용도 만능은 아닙니다. 화학반응을 이용하여 플라스틱을 분해하고 다시 원료로 정제하는 과정에는 에너지와 화학물질이 필요하며, 폐플라스틱에 섞여 있는 이물질과 첨가제를 제거하기 위한 전처리 및 정제공정도 필요합니다.또한 공정에 따라 촉매나 용매 등이 사용되므로 촉매의 성능 저하, 촉매 회수, 용매 관리 및 폐수·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합니다.
- 특히 PVC가 혼입되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PVC에는 염소(Cl)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열적·화학적 처리 과정에서 HCl이나 염소계 물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설비 부식뿐 아니라 후단 정제공정이나 촉매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정 특성에 따라 PVC 및 염소계 물질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열분해·가스화
- 앞의 두 가지 방법이 주로 플라스틱을 다시 물질 또는 원료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열분해와 가스화는 폐플라스틱을 열화학적으로 분해하여 연료 또는 화학산업의 원료로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1) 열분해(Pyrolysis)
- 열분해는 산소가 거의 없는 조건에서 폐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하여 긴 고분자 사슬을 더 작은 분자로 분해하는 기술입니다. 일반적으로 폐플라스틱의 종류와 공정조건에 따라 수백 ℃ 범위의 온도에서 운전되며, PE와 PP와 같이 탄화수소로 이루어진 플라스틱이 주요 대상이 됩니다. 공정의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폐플라스틱 → 선별·전처리 → 파쇄 → 열분해 → 가스 + 열분해유 + 왁스 등 생성 → 정제·고도화 → 석유화학 원료 또는 연료로 활용
- 중요한 것은 열분해가 플라스틱을 다시 원래의 단량체로 정확하게 되돌리는 기술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고분자 사슬이 일정한 위치에서만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위치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탄화수소가 혼합된 열분해유, 가스, 왁스 등이 생성됩니다. 따라서 생산된 열분해유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제·고도화하여 석유화학 공정의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국내에서도 폐플라스틱 열분해를 통해 원료를 생산하는 기술과 설비가 개발·운영되고 있으며, 폐플라스틱을 석유화학 원료로 되돌리는 순환경제 기술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 제도에서도 폐기물 열분해를 통한 원료·연료 생산 및 이를 이용한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별도의 자원순환 활동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 다만 열분해 역시 높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생성되는 가스와 오일의 정제 과정에서 추가적인 환경설비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열분해 = 무조건 친환경적인 완전한 재활용”이라고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2) 가스화(Gasification)
- 가스화는 열분해보다 더 높은 온도 영역에서 산소 또는 수증기 등을 제한적으로 공급하여 폐플라스틱을 가스 형태로 전환하는 기술입니다. 가스화의 기본 원리는 석탄이나 바이오매스의 가스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즉, 폐플라스틱을 직접 태워 열을 얻는 것이 아니라 탄소와 수소를 포함한 물질을 합성가스 형태로 전환하여 다시 활용하는 것입니다. 합성가스는 연료로 직접 사용할 수도 있고, 수소를 분리하여 사용할 수도 있으며, 추가적인 화학공정을 거쳐 메탄올 등의 화학제품 생산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 가스화 역시 플라스틱을 그대로 다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closed-loop recycling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가스화는 폐플라스틱의 탄소와 수소를 새로운 연료 또는 화학원료로 활용하는 원료화·에너지화 기술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4. 그렇다면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을까?
-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폐플라스틱 중에는 다른 재질이 서로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복합재질,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혼합된 폐기물, 음식물이나 기름 등으로 심하게 오염된 플라스틱, 첨가제나 염소 등으로 인해 특정 공정에 적합하지 않은 플라스틱, 경제성 때문에 별도의 재활용 공정을 적용하기 어려운 폐플라스틱 등이 존재합니다.
- 이러한 폐플라스틱은 선별·전처리 과정을 거쳐도 물질 재활용이나 원료화가 어려울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소각을 통한 에너지 회수 또는 기타 적정 처리가 필요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모든 폐플라스틱을 하나의 기술로 재활용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폐플라스틱의 재질, 오염 정도, 혼합 여부, 염소 함량, 물성,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기술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핵심은 '기술의 선택'이다. 이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깨끗하고 단일 재질인 폐플라스틱 → 기계적 재활용
- 화학적으로 플라스틱의 원료 회수가 가능한 플라스틱 → 화학적 재활용
- 혼합되거나 기계적 재활용이 어려운 폐플라스틱 → 열분해 등을 통한 원료화
- 가스 형태의 원료나 연료로 전환하는 것이 적합한 경우→ 가스화
- 재활용이 어렵고 경제성·기술성이 확보되지 않는 잔재 → 소각 등 적정 처리입니다.
- 앞으로의 플라스틱 자원순환은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 열분해·가스화를 서로 경쟁하는 하나의 기술로 보는 것이 아니라, 폐플라스틱의 특성에 따라 서로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 결국 플라스틱 재활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이 가장 좋은가?”가 아니라 “이 폐플라스틱에는 어떤 기술이 가장 적합한가?”이며 그것의 단초는 올바른 분리 수거입니다. 플라스틱은 버리는 순간 재활용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분리하고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자원이 될 수도 있고 폐기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